제목 | 신문값과 의료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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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애항 |
작성일 | 2005-11-01 09:32:39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지난해 언론계에는 신문값 논쟁이 뜨거웠다. 논쟁의 시작은 중앙일보가 한달 구독료 즉 신문값을 1만2000원에서 사실상 1만원으로 내리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조선일보가 동참하고, 동아일보가 따라가는 양상을 보였다. 한겨레·경향 등 기타 신문사들은 이른바 \'빅3\' 조·중·동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문시장을 더 독점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실 한달 구독료 1만원은 신문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액수이다. 신문 용지와 잉크값 등 인쇄비용만 따져도 한 부에 약 500원이 든다. 즉 한달 25일 발행 기준으로 원가만 1만원이 드는 셈이다. 여기에는 기자 인건비 등 경영 비용은 제외한 거다. 신문사는 광고로 나머지 비용을 충당하고 수익도 낸다.
그래서 신문값 인하 논쟁의 핵심은 이렇게 원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신문값을 받으면, 나머지를 광고로 더 벌충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신문이 광고주에 더욱 종속될 것이라는 문제다. 맞는 말이다. 신문이 광고에 영향을 받아 할 말을 못하게 되면 결국 신문의 품질도 떨어진다. 그 피해는 독자에게 그대로 돌아가게 된다.
또한 신문사는 광고 수입으로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독자를 확보해서 광고 단가를 올려야 한다. 신문사는 생존을 위해 신문의 품질을 높이기 보다는 독자수를 많이 확보하는 것에 더 사활을 걸어야 할 판이다.
따라서 당장 신문값 내렸다고 독자들이 마냥 좋아만 할 것이 아니라, 신문의 품질과 공정성을 위해 독자들도 적정가격에 신문을 구독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우리나라 신문값은 미국·일본 등과 비교해 1/2~1/4 수준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같은 신문값 논란이 그동안 의료계에서 이뤄졌던 의료수가 논쟁과 어쩜 그렇게 똑같냐는 사실이다. 의료계는 매번 원가에도 못 미치는 의료수가로 의료질이 떨어진다고 말해왔다. 적정수가가 되야 의료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당연한 거다. 어찌됐든 병·의원은 의료의 질보다는 환자 수를 늘리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따라서 환자들도 의료비가 싸면 당장은 좋을 지 몰라도 그것은 의료의 질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는 환자가 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미국·일본 등과 비교해 1/2~1/10 수준 이다.
이제 보니 한국 신문과 한국 의료는 매우 유사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신문계와 의료계가 동병상련의 입장이니 올해는 의료계의 뜻이 언론에 두루두루 잘 전달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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