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강 건너 불 구경'/김양중(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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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애항 |
작성일 | 2005-11-01 09:30:35 |
김양중 한겨레신문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2009학년도부터 약대 학제가 4년에서 6년으로 개편된다. 지난 달 19일 교육부가 최종 방침을 이같이 결정해 발표했다. 학제 개편과 함께 이를 반대해 온 의료계에 대해 교육부는 \"의료계가 약대 학제 개편에 지나친 기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학제가 연장된다 하더라도 의사들의 고유 영역인 진료에는 침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약대 6년제 추진 과정 중 공청회 등 여러 논의에서 소외된 의사들은 이에 대해 집단 휴진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집단 휴진 찬반을 묻는 투표에서 60%가 넘는 회원이 찬성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제 의협은 또다시 2000년과 같은 집단 휴진에 돌입하게 될 것인가가 언론의 관심사가 됐다.
교육부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의사들뿐만 아니라 한의사들도 나설 예정이라 만만치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 같은 약대 6년제 학제 개편 과정을 돌이켜보면 재밌는(?) 점이 하나 있다. 교육부 쪽 사안으로 따져 보자면 정작 이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할 학부모와 수험생이 빠져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 쪽으로 보면 6년제가 가져올 의료비 상승 문제를 떠안아야 할 국민들도 모두 빠져 있다.
의사들이 종전보다 2년씩 길어진 약대 6년제와 의대 8년제가 의사, 약사들의 임금 수준을 높여 의료비가 올라갈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이는 논의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 의대 8년제에 대해서는 의사들 스스로가 좀 더 배울 동안의 학비 등 때문에 국민들이 진료 받을 때 더 많은 돈을 내게 될 것이라도 해도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지 않았다.
언론 등 대중매체는 이보다는 또다시 의사, 약사 사이의 갈등과 대립에만 초점을 뒀다. 이것이 대중매체의 한계이었을지 모른다. 대한의사협회 한 간부의 \'집단휴진이라도 한다고 해야 언론이 한 줄 쓸까말까 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아무튼 약대 6년제는 국민들에게는 의사, 약사 사이의 밥그릇 갈등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으로 여겨졌다.
이 같은 의사, 약사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것이 관심의 초점이 된 덕분에 이 정부는 약대 6년제를 강행할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정작 정책 자체가 국민들에게 줄 영향은 논의에서 빠지고 두 이익집단이 부딪치는 문제로만 바라보게 해 국민들이 봐야 할 본질은 다 흐리게 해 놨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사안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단체의 특별한 활동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약대 6년제를 둘러싸고 의사, 약사의 갈등이 아니라 국민들의 비용 부담 증가와 의료비 상승 등이 중점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의료비에 관심 많은 시민단체들, 보건복지부 등도 이 문제를 다르게 보게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때문에 더 이상 정책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전제 하에, 국민들이 앞으로 관심 가져야 할 일은 약사들이 2년 더 배우면서 국민들의 약 사용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동시에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도 필수다.
나중에 이런 문제점도 의사, 약사 사이의 갈등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국민들이 또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은 아닌지 지금부터 걱정이 드는 것은 괜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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