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학등 대형병원, 적자늪 환자급식 '속 앓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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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애항 |
작성일 | 2005-10-31 10:45:46 |
내년 보험적용 적정수가만 기대…정부 노동정책도 변수 작용
복지부가 내년부터 건강보험 환자에 대한 환자급식을 보험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가운데 환자급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학병원들이 심각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는 식대가 비급여이기 때문에 병원이 자율적으로 식대수가를 적용하고 있지만, 보험이 적용되면 일괄적으로 정해진 식대수가대로만 환자에게 청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영식당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병원들은 환자급식에서 사실상 적자를 보고 있는 상태여서, 그동안 식대가 병원의 주수입원 중 한축을 차지한다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대병원을 비롯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남성모병원 등은 소위 빅5중에서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병원은 모두 환자급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4개 병원의 환자급식당 경영수지만 분석하면, 적자이거나 또는 겨우 적자상태를 면하는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처럼 이들 직영급식당들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때문이다.
대학병원급 대형병원의 영양팀(과)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보통 10~15년, 많게는 20년 이상인 경우도 있다. 이에따라 이 병원들의 직영식당 전체운영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은 곳은 6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이 가운데 한 병원은 지난해 영양팀 인건비가 60%, 재료비 약 31.5%, 그리고 운영경비가 약 15.6%에 이르러 전체적으로 -7.1%의 경영수지를 기록했다.
또한 병원이라는 특성상 일반식 외에도 60~70가지에 달하는 환자치료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환자치료식을 만들때는 그만큼 많은 인력과 재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관련 병원 한 관계자는 “환자급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병원의 직원 인건비는 일반 요식업보다 인건비가 평균 2.5배~3배 가량 많이 소요된다”며 “이같은 인력구조하에서 병원이 식대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병원들은 자구책으로 급식재료 공동구매, 식단 개선 등을 꾀하고 있지만, 인력구조 효율화 없이는 도저히 경영수지를 개선할 수 없다는 게 대부분 병원들의 생각이다.
또 이 대학병원급 병원들은 강성인 노동조합 때문에 마음대로 인력구조를 개선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있다.
결국, 직영급식당을 운영하는 병원들은 내년부터 식대가 보험적용될 경우 적정한 식대수가가 결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와관련 A병원 관계자는 “현재 일반식의 경우 7000원~7500원 정도를 받고 있지만, 내년에 식대수가가 이 수준에서 결정되지 않으면, 병원 식당을 폐쇄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려운 경영상태를 대변했다.
또다른 B병원 관계자도 “병원이 식대로 수입을 창출한다는 말은 우리 병원으로서는 상식에 어긋난 발상”이라며 “만일 정부가 내년에 식대수가를 산정할 때 현재 자보(自保)나 산재수가 선인 4300원~5000원대에 결정하려 든다면, 직접 식당을 운영해 보고 말하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직원들의 구조조정 등 인력구조를 사측이 쉽게 개선할 수 없도록 만든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불만도 높다.
C병원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건강보험 수가를 철저히 낮게 책정하면서도, 노동정책은 노동조합 입김만 강하게 해주었기 때문에 병원 사측은 인력구조에 문제점이 많다는 점을 알면서도 노동조합 때문에 개선조치를 취할 수 없는 처지”라며 정부의 실책을 지적했다.
한편, 건강보험이 사회보험이라는 점과 환자급식 식당을 아웃소싱하는 병원들도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처럼 직영으로 운영하는 특정 병원들을 위해 보험식대 수가를 높이 산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도 있다.
식당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높으면서도 직영으로 운영하는 것은 병원 자체적인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이 비용까지 사회 전체가 떠 맡아야 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내년에 식대가 보험적용이 되더라도 이 같은 사회보험 논리가 적용, 식대수가가 산정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만약 이럴 경우 인력구조에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이 대형병원들은 내년부터 구조조정 문제로 노사간 한바탕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있어, 향후 이 문제가 어떤식으로 진행될 지 그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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