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의료사고는 의료 구조의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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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애항 |
작성일 | 2006-02-15 10:36:46 |
한 대학병원에서 갑상선 환자와 위암 환자가 바뀌어 수술이 잘못 이뤄졌다는 소식에 대해 몇몇 언론은 대번 \'바꿔치기\'라는 말을 이용했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당했다는 황우석 교수의 주장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황 교수의 주장이야 분명 누군가가 고의로 바꿔치기 했다는 의미지만, 이번 일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본질은 다르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려하다 보니 이런 제목이 나왔을 것이다.
이번 의료사고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한 의대생과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대학의 다른 과를 졸업하고 다시 의대에 들어간 학생이어서 그랬는지, 단지 해당 병원 의사들만의 잘못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서 원인과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전체 의료 구조의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런 사고는 앞으로도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 사건이 생긴 뒤, 신문사로 오는 의료사고 상담 건수가 크게 늘었다. 직접 찾아오기도 하고, 전화 및 전자우편 문의도 많아졌다. 때에 따라서는 신문사에 찾아올 정도의 용기를 내야 하는 억울한 사연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환자·의사 사이의 의사소통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특히 환자·의사 사이의 의사 소통의 문제는 대부분 확률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였다. 예를 들면, 의사가 수술 등의 치료를 할 때 80% 정도는 치료가 되지만, 나머지 20%에서는 실패할 수도 있으며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한다.
그러나 환자나 보호자는 이를 의사처럼 이해하기는 힘들다. 환자는 확률보다는 \'all or none\'의 문제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치료되느냐, 실패하느냐 둘 중의 하나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80%라는 말에 치료를 받기로 했지만, 나머지 두 명에 속하면 그 80%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확률의 개념을 쓰지 않는 민간요법이나 한의학은 서양의학보다 의료사고에서는 더 유리할지 모른다.
어떻게 이런 확률의 문제를 우리 사회가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정답은 환자와 의사가 함께 노력해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의사가 환자보다 더 전문가라는 것이다. 때문에 환자 수준에서의 의사소통의 방법도 의사들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확률에 대한 인식 차이 해소와 함께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이를 법적 또는 과학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의사, 시민단체, 정부 등의 의견이 달라 몇 차례 국회에서 논의만 된 채 통과하지 못한 의료분쟁조정법 등의 빠른 제정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의료계에 적용한다면, 병원 쪽의 잘못이 아닌 의료분쟁에서도 병원 앞에서 시위하고, 사람들 동원해 시끄럽게 만드는 환자만 보상받는 일이 반복된다면 의료분쟁 문제는 점점 커져만 갈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는 해결책이 하루 속히 나오길 바란다.
김양중 한겨레신문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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