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일반인 눈높이에서 한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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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애항 |
작성일 | 2005-12-14 14:25:12 |
붕어즙 잉어찜 등으로 밥상에 자주 오르는 중국산 민물고기에 이어 최근엔 홍민어라는 바닷물고기까지 발암의심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달 전 이미 중국산 장어에 발암성 물질이 검출된 뒤 나온 검사결과여서 일반 소비자들은 당국의 발표결과가 거의 뒷북치는 수준이라고 한소리를 하고 있다. 당국의 검사 결과가 발표됐을 때는 이미 국민들의 밥상에서 발암의심물질이 함유된 상당수의 중국산 물고기가 요리돼 국민들의 위속에 소화돼 사라졌기 때문이다.
당국자가 만약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이 상황을 봤다면 어땠을까? 중국산 수입 물고기 중에 국민들의 식단에 가장 많이 오르는 물고기류에 대해 먼저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당국은 국민들의 비난을 받아도 마땅할 것이다.
물론 이번이 처음 있어난 사건에다가 워낙 파장이 크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한 점도 있지만 결국 이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더 큰 혼란만 자초하게 됐다.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곳은 비단 이곳뿐이랴. 최근 아시아나 항공기 조정사들이 한 달 여에 걸친 파업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귀족파업이라는 국민들의 들끓는 비난 여론에도 제 갈 길만 간다는 식으로 주장만을 펼친 것만 해도 그렇다. 비행기 조정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인 시각은 2000년에 의약분업 사태 때 의사들이 파업했을 때 상황과 비슷했을 것이다. 서로의 눈높이 차이가 크면 클수록 신뢰 합의 등을 이끌기가 힘든 것이다.
필자가 얼마 전에 혈관 속에 철사 사건기사를 2,3번 기사화 한 적이 있다. 심장동맥 속에 스텐트 시술을 위해 미리 집어넣는 가이드 와이어를 제대로 처리 못해 혈관 속에 남겨 둔 사건이었다. 스텐트 시술을 하는 관련 의료인들은 이러한 일들은 자주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또 혹 철사가 혈관 속에 협착이 돼 빼내지 못하더라도 의료용 철사가 몸 속에서 큰 부작용을 일으키겠느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또 혈전제 복용으로 평생 큰 무리가 없이 지낼 수 있다고 말하는 전문의도 있었다.
그러나 환자의 눈높이에서 생각한다면 이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우선 자기 몸 속에 이물질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평생을 불안하게 살아가게 된다. 또 평생 혈전제 약물을 복용한다는 자체가 쉽지가 않는 일이다.
이쯤 나왔으면 최근 의료계에서 벌리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언급해야겠다. 최근 약대 6년제 문제로 의료계가 무척 시끄럽다. 또 개원의들 중심으로 의료 파업을 벌이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은 어떨까?
약대생들이 6년제 해서 보다 많이 배워 환자들에게 약을 지어주면 더욱 좋지 않으냐는 시각이다. 그런데 이를 반대하는 의사들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은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생각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눈높이를 낮춰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진한 동아일보 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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